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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한 번 받아보려다 서류 뭉치에 파묻혔던 기억

서류 준비만 일주일이 걸릴 줄은 몰랐지

작년 이맘때쯤이었나, 사업을 조금 확장해보고 싶어서 이런저런 지원금을 기웃거렸던 적이 있다. 그때 주변에서 ‘하나더소호’니 뭐니 해서 하나은행 쪽이 소상공인 지원이 그나마 낫다는 말을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앱을 켰는데, 무슨 인증서니 서류니 준비할 게 왜 그렇게 많은지. 처음에는 그냥 클릭 몇 번이면 되는 줄 알았다. 소액신용대출 정도는 금방 승인이 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이 문제였다. 사업자 등록증은 기본이고, 부가세 과세표준 증명원, 납세증명서… 평소에는 보지도 않던 서류들을 하나하나 떼러 다니다 보니 정작 사업 구상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

하나원큐 앱과 씨름했던 오후

하나원큐 앱에 들어가서 메뉴를 찾는데, 이게 또 은근히 복잡하다. 분명 ‘소상공인 전용’이라고 적혀 있는데, 막상 들어가면 내가 지금 신청하려는 게 정책자금인지 그냥 일반 기업대출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한 번은 신청 버튼을 눌렀는데, 한참 로딩되더니 오류가 났다.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업데이트가 안 된 상태라고 해서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소소한 불편함이 쌓이니까 나중에는 대출 받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큰 업무처럼 느껴졌다. 대출이라는 게 그냥 돈이 들어오는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너무 컸다.

실사라는 단어에 느껴지는 막연한 부담감

사업을 하다 보면 신용보증재단 같은 곳에서 실사를 나온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일산 쪽에 사무실을 알아볼 때 소호 사무실을 쓰면 실사가 나올 때 문제가 없는지 걱정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나 역시 처음에 내 사업장 주소가 오피스텔로 되어 있어서, 혹시나 현장 실사가 나오면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결국은 그냥 평범하게 사업을 하고 있으니 문제없겠지만, 서류상 주소와 실제 업무 환경이 다른 경우에 겪게 될 당혹스러움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실제로 실사를 겪어본 사람들은 별거 아니라고 하지만, 그 ‘별거 아님’의 기준이 나한테는 아주 크게 다가왔다.

금리 5%라는 숫자의 무게감

요즘은 1조 원 규모니 뭐니 하면서 성공사다리 대출 같은 상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기사에서는 금리가 5%대라는 식으로 홍보하지만, 막상 내 신용 점수와 사업 매출을 대입해보면 그 금리를 온전히 다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누군가는 혜택을 톡톡히 보겠지만, 나처럼 애매한 매출 구간에 있는 사람들은 결국 금리 우대 항목을 하나하나 다 채워야 겨우 그 숫자에 근접할 수 있다. 에너지를 아껴주는 기기 지원 같은 부가적인 혜택도 좋지만, 사실 당장 급한 건 현금 흐름인데 그런 게 생각보다 깐깐하게 막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 남은 건 불확실한 피로감

지방은행이나 인터넷 은행들이 기업금융을 강화한다고 난리다. 업비트와 케이뱅크 협상 기사가 나올 때마다, ‘은행들은 저렇게 치열하게 싸우는데, 왜 정작 소상공인인 나는 대출 하나 받기가 이렇게 피곤한가’ 싶은 생각만 든다. 어찌어찌 대출이 실행되긴 했지만, 그 이후에도 매달 이자 나가는 날짜를 챙겨야 하고, 혹시나 중간에 조건이 바뀌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다음번에 또 이런 지원 사업이 나오면 덜컥 겁부터 날 것 같다. 이게 정말 나한테 도움이 된 건지, 아니면 은행의 실적을 쌓아준 건지 가끔은 헷갈린다. 딱히 결론도 없이, 그저 그때 떼느라 고생했던 서류 뭉치들만 책상 서랍 구석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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