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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유지지원금 서류 챙기다가 서랍만 뒤엎었네

처음에는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서류 준비

솔직히 정부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이야기가 나올 때만 해도 나는 이게 그냥 서류 몇 장 떼어서 올리면 되는 건 줄 알았다. 뭐, 요즘 같은 시대에 온라인으로 다 해결되지 않을까 싶었던 거지. 특히 최근 뉴스에서 경기가 어렵다, 고용 위기가 온다 하니 정부에서도 이런 지원 제도를 엄청 강조하는 분위기였으니까. 사무실 한구석에서 굴러다니는 노무관리 서류들을 보면서 ‘이거 조금 정리해서 제출하면 그래도 인건비 부담은 좀 덜겠구나’ 싶었던 게 내 실수였다. 막상 고용노동부 사이트 들어가서 신청 요건을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단순한 게 아니더라. 일단 우리 회사가 지원 대상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조업 단축이나 휴업 계획서를 쓰라는데, 당장 내일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마당에 한 달 뒤 계획을 미리 세우라는 게 현실적으로 너무 막막했다.

제조업 현장의 멈춰버린 시계와 서류 작업

옆 동네 제조업 하는 사장님은 지난번에 이거 신청했다가 서류 보완만 세 번 했다고 하더라. 나도 결국 그 길을 걷게 될 것 같다. 17개월 만에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뉴스를 보면서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막상 우리 현장 돌아가는 꼴을 보니 남 일이 아니었다. 중동 쪽 이슈 때문에 자재 수급이 꼬이면서 생산 라인이 멈춘 게 벌써 며칠째인가. 그런데 이 고용유지지원금이라는 게 단순히 사람 안 자르고 데리고 있으면 주는 돈이 아니더라. 근로자랑 휴업 협의를 한 기록, 휴업 수당 지급 계획, 뭐 이런 것들을 시간대별로 쪼개서 정리해야 하는데 우리 같은 작은 규모에서는 이걸 전담할 인력이 없다. 결국 내가 밤늦게까지 야근하면서 노트북을 켜놓고 있는데, 이게 지금 회사를 살리자고 이러는 건지 서류 만들려고 이러는 건지 헷갈리는 지경까지 왔다.

1금융권 대출 문턱만큼 높은 심리적 거리감

사실 돈이 급한 건 맞다. 1금융권 대출 상담을 받아봐도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서류 보따리부터 싸 들고 가야 하는데, 정부 지원금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가 않다. 무슨 청년고용지원금이나 여성기업 지원금 같은 것들도 다 찾아봤는데, 이게 서로 얽히고설켜 있어서 하나 받으면 다른 건 안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특고나 프리랜서 지원금이랑 중복이 안 된다는 조항을 보고 나서는 한숨부터 나왔다. 우리 회사 직원 중에 프리랜서로 계약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한테 이거 받지 말라고 하기도 미안하고, 그렇다고 우리가 지원금을 포기하자니 인건비가 감당이 안 되고. 이럴 때 보면 참 제도가 잘 되어 있는 건지, 아니면 우리 같은 영세업체는 아예 발을 들이지 말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행정 시스템과 현장 사이의 괴리

오후에 관할 고용센터에 전화를 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연결이 안 된다. 결국 기다리다 지쳐서 그냥 끊었다. 지자체에서 무슨 버팀이음 프로젝트니 뭐니 하면서 홍보를 엄청나게 하길래 기대했는데, 막상 담당자 연결 한 번 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어디 제대로 신청이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전에 품질관리 교육받을 때 들었던 이야기로는 서류가 완벽해야 심사가 빨리 넘어간다던데, 우리는 당장 내일 나갈 임금 걱정하는 처지라 그런 완벽함은 사치다. 어차피 지금 신청해도 지원금이 언제 들어올지 아무도 모른단다. 어떤 사람은 신청하고 세 달 뒤에 받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아예 반려당했다고 하니 마음이 더 복잡하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들

오늘도 퇴근길에 공장 마당을 보는데, 세워져 있는 축산 기자재들이 한 달째 그대로다. 저게 나가야 돈이 도는데, 사람 붙잡아두는 비용은 계속 나가고, 머릿속엔 온통 ‘고용유지지원금 서류 보완’이라는 단어만 맴돈다. 옆 사무실에서는 창업자 대출 알아보느라 바쁘다는데, 우리는 이미 받은 대출 이자 갚는 것도 버겁다. 이게 정말 우리를 위한 안전망인지, 아니면 서류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만 가져가는 전리품인지 잘 모르겠다. 일단 내일 다시 서류 뭉치를 들고 창구에 가보긴 하겠지만, 큰 기대는 안 하려고 한다. 그냥 이 시기만 어떻게든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혹시라도 서류가 또 반려되면 그때는 그냥 대출을 조금 더 받는 쪽으로 마음을 돌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고용유지지원금 서류 챙기다가 서랍만 뒤엎었네”에 대한 4개의 생각

  1. 휴업 협의 기록까지 꼼꼼하게 준비해야 하니, 정말 복잡하게 느껴지네요. 특히 자재 수급 문제 때문에 생산도 멈췄는데, 거기에 서류 작업까지 더 얹어지니 더 힘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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