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상가 보증금 좀 올려달라는 말에 은행 창구를 돌았다

상가 임대료와 보증금 압박이 시작되던 날

한 3년 정도 장사를 하니 이제 좀 자리가 잡히나 싶었는데, 갑자기 건물주가 바뀌면서 보증금을 2천만 원 더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요즘 경기에 이 돈을 당장 어디서 구하나 싶어 머리가 하얘졌다. 주위에 물어보니 요즘은 다들 대출 하나씩은 안고 산다길래, 큰 고민 없이 평소 거래하던 주거래 은행 앱부터 켰다. 그런데 막상 앱으로 조회해보니 생각보다 한도가 너무 낮게 잡혀서 당황스러웠다. 내 가게는 작지만 꼬박꼬박 세금 내고 3년 동안 폐업 없이 버텼는데, 왜 대출 문턱은 이리도 높은 건지 이해가 안 됐다.

정부 정책자금이라는 이름의 높은 벽

소상공인 창업자금대출이나 정부 정책자금 같은 게 있다는 건 진작에 들었다. 그래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를 뒤져봤는데, 무슨 서류가 그리 많은지 첫 페이지에서부터 숨이 막혔다. 사실 대출 신청 자체가 처음이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도 안 잡혔다. 1357 콜센터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려 했지만, 연결되는 데만 20분 넘게 기다린 것 같다. 어렵게 통화가 되어도 상담원은 ‘현재 접수 마감이다’ 혹은 ‘사업장 소재지 관할 지부로 문의하라’는 기계적인 답변뿐이었다. 왠지 나만 동떨어진 세상에서 힘든 싸움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울산신보와 은행 창구의 차가운 현실

결국 울산신용보증재단까지 직접 찾아갔다. 가서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데, 앞에 앉은 분들도 다들 저마다의 사연이 있어 보였다. 내 차례가 되어 상담을 받았는데, 보증서 발급이 된다고 해도 금리가 생각보다 낮지는 않았다. 대충 4~5%대 금리였는데, 이게 대환대출 성격도 있다고 해서 고민이 깊어졌다. 이미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이랑 합치면 매달 나가는 이자만 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2조 규모로 상생금융을 집행한다느니 어쩌니 하는 뉴스를 보긴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대출 창구가 좁게만 느껴졌다.

캐피탈과 제2금융권을 기웃거린 이유

시간은 계속 가고 보증금은 빨리 입금해달라는 독촉이 이어졌다. 마음이 급해지니 순간적으로 캐피탈이나 저축은행 광고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연체자 비상금 대출 같은 키워드가 뜨는데, 클릭했다가 바로 창을 닫았다. 왠지 한번 발을 들이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은행에 다시 가서 ‘청년 사업지원금 같은 거 안 되냐’고 물어봤지만, 나이 제한이랑 업종 제한에 걸려 나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은행 창구에서 이런저런 서류를 제출하며 2시간을 허비하고 돌아왔다.

남아있는 찝찝함과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결국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보증금을 맞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느낀 피로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내가 대출을 받기 위해 냈던 서류들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검토되는 건지, 나중에 경기가 더 안 좋아져서 이자가 밀리면 누가 나를 구제해 줄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뉴스를 보면 포용금융이 확대된다고 하지만, 정작 피부로 느끼기엔 여전히 은행은 차갑고 정부 지원은 닿기 어렵다.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밤마다 찾아온다. 다음 달 이자 고지서를 받아보고 나면 또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이게 최선이었을까. 지금도 가끔은 가게를 다 접고 어디 다른 곳으로 가버릴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불확실함 속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상가 보증금 좀 올려달라는 말에 은행 창구를 돌았다”에 대한 4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