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준비하다가 하루 다 지나감
며칠 전부터 마음을 먹고 정부에서 나오는 청년 창업 지원금인가 뭔가 하는 걸 신청해 보려고 자리에 앉았다. 처음엔 그냥 간단한 지원 사업인 줄 알았지. 근데 이게 웬걸, 서류 준비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사업계획서 양식은 왜 이렇게 또 복잡한 건지. 칸 하나 채우는 데 몇 분씩 고민하다 보니까 어느덧 밖은 어둑어둑해져 있더라. 내가 무슨 대단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작은 사무실에서 혼자 끄적거리는 수준인데 이걸 적어내려니 갑자기 내가 너무 초라해 보이는 기분까지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중간에 그냥 관둘까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이왕 마음먹은 김에 끝은 봐야겠지 싶어서 억지로 노트북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홈페이지 접속부터가 난관
한참 서류를 다 만들고 나서 이제 제출 버튼만 누르면 되겠다 싶었는데, 아차 싶었다. 그놈의 공동인증서가 문제였다. 이게 어디 처박혀 있는지 한참을 찾았네. 겨우 찾아서 로그인하려고 하니까 이번에는 보안 프로그램 설치하라는 창이 다섯 개나 뜨는 거다. 하나 설치하면 새로고침 되고, 또 다른 거 설치하라고 하고. 이 과정에서만 거의 30분을 쓴 것 같다.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이런 방식을 고수하나 싶어서 괜히 짜증이 났다. 옆 동네 친구는 예전에 지원금 신청할 때 훨씬 쉽게 했다던데, 나는 왜 이렇게 꼬이는 건지 모르겠다. 접속 대기 인원까지 생겨서 ‘현재 대기 중입니다’라는 문구만 하염없이 보고 있으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무상 코칭이라는 연락의 묘함
신청을 대충 마무리하고 나니까 며칠 뒤에 어디선가 전화가 왔다. 정책자금 관련해서 무상 코칭을 해주겠다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다 공짜인가 싶어서 혹했는데, 통화를 하다 보니 뭔가 묘하게 찜찜했다. 방문을 해서 기업 역량을 진단해주겠다는데, 이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건지 아니면 나중에 무슨 수수료 같은 걸 요구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까.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다들 말이 달라서 결국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만 내렸다. 일단은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끊었는데, 이게 잘한 건지 모르겠다. 괜히 엮였다가 골치 아픈 일 생길까 봐 겁부터 나는 게 사실이다.
11월 지급이라는 까마득한 기다림
어쨌든 신청은 완료했는데, 농업용 면세유 지원이나 다른 지자체 보조금 관련 글들을 보니 지급까지 한참 걸리는 모양이다. 9월에 심사해서 11월에 준다니, 거의 두세 달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당장 내일 모레 나갈 운영비가 걱정인 사람 입장에서는 참 먼 이야기 같다. 물론 공돈 받는 것도 아니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거라 절차가 까다로운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막상 기다리려니 속이 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때 가서 정말로 통장에 입금이 되긴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뭔가 서류를 잘못 제출해서 반려되는 건 아닌지, 제출 버튼을 누르고 나서도 계속 신경이 쓰인다.
여전히 남은 찝찝함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나 혼자 끙끙 앓으면서 신청할 시간에 차라리 일이나 더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몇 백만 원을 지원받는다고 해도, 내가 여기에 쓴 시간과 에너지를 돈으로 환산하면 마이너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뭐 일단 신청은 했으니 기다려보긴 하겠지만, 그다지 큰 기대는 안 하려고 한다. 혹시나 되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으로 마음을 비워야지 안 그러면 나만 더 스트레스받을 것 같다. 보조금이라는 게 참, 받는 사람은 좋겠지만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불편함은 온전히 신청자의 몫이라는 게 좀 씁쓸하다.

무상 코칭 제안에 혹했던 마음이 이해돼요. 찜찜한 느낌이 들었을 때, 스스로의 역량과 시간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