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오픈 준비하다 마주한 벽
대구에서 작은 가게를 하나 차리겠다고 마음먹고 나서 가장 먼저 부딪힌 게 냉방 시설이었다. 신품은 가격표를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더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업소용 중고 에어컨을 찾아보게 됐다. 대구 지역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알음알음 알려진 중고 매장을 몇 군데 돌아다녔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은 제품들은 200만 원 내외를 호가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라 고민이 깊어질 때쯤, 지인이 소상공인 지원 사업 중에 설비나 장비를 지원해 주는 게 있다는 말을 넌지시 건넸다. 그게 뭐 대단한 금액이겠나 싶으면서도, 막상 서류를 들여다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무슨 뿌리기업 관련 인증부터 시작해서 각종 교육 이수증까지 요구하는 항목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서류 준비
지원금을 받으려면 고용노동부 지원금 관련 공고를 살펴봐야 했는데, 읽다 보면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싶을 때가 많았다. 특히 아이디어 공모 같은 걸로 엮인 항목은 거의 논문을 써야 할 수준이었다. 김밥 써는 기계 하나 들이거나 에어컨을 바꾸는 정도로 이런 지원금을 받는 게 맞나 싶은 회의감도 들었다.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아보려 해도 매번 예약이 꽉 차 있어서 몇 주를 기다려야 했고,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어떤 날은 품질관리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는 공고를 보고 꼬박 하루를 투자했는데, 정작 신청하려는 지원 사업과는 항목이 맞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어 허탈했던 기억이 난다.
지원금보다 더 비싼 시간의 가치
지원을 받는다는 게 사실 쉬운 게 아니었다. 서류 준비에만 2주가 훌쩍 넘어가니, 그 사이에 중고 에어컨 매장 사장님은 물건이 계속 바뀐다며 빨리 결정하라고 재촉했다. 지원금 받아서 싸게 사려다가 정작 필요한 물건을 다 놓치고 나니, 이게 무슨 주객전도인가 싶었다. 결국 나는 지원금 신청을 포기했다. 대구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한 여러 정책이 존재하긴 하지만, 현업을 하면서 그 복잡한 서류 절차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처리하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내 시간을 시급으로 환산해 보면 오히려 지원금을 포기하고 빨리 가게를 오픈해서 장사를 시작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 섰다. 물론 이 결정이 맞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정책과 현실 사이의 미묘한 온도차
지나가다 보면 인천신용보증재단처럼 큰 규모의 보증 지원을 해주는 곳들도 있고, 여러 지자체에서 고유가 지원금이니 뭐니 챙겨주려고 노력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런 혜택을 챙기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크다. 디자인 지원 사업이나 소소한 복지망 구축 소식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작 하루하루 버티기 바쁜 소상공인에게는 그런 행정적인 문턱이 여전히 너무 높게 느껴진다. 어쩌면 내가 너무 요령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는 척척 잘만 받아서 설비 교체도 하고 간판도 바꾸던데, 나는 왜 매번 서류 앞에서 막히는지 모르겠다.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
결국 나는 중고 에어컨 대신 연식이 조금 더 된 제품을 선택해서 예산을 30% 정도 줄였다. 새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원금을 받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가게 문을 열었다. 에어컨을 틀 때마다 조금씩 들리는 덜덜거리는 소음이 들릴 때면, ‘아, 그때 조금만 더 알아보고 지원받았더라면 조용한 새 제품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의문은 아마도 가게를 운영하는 내내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지원금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가고 있는지, 아니면 서류를 잘 만드는 사람에게 가고 있는 건지, 가끔은 그런 생각에 잠기곤 한다. 지금은 일단 장사가 잘되는 게 우선이라 더 생각하지 않으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엔 정답 없는 찜찜함이 남아 있다.

서류 때문에 시간 낭비하는 거, 정말 공감돼요. 제가 사업 시작할 때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너무 답답했거든요.
서류 작업 때문에 시간 낭비하는 거, 정말 답답하네요. 특히 제가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더 공감됩니다.
중고 에어컨 상황 정말 공감되네요. 제가 일하다가 정보전달 때문에 쌓인 서류 때문에 몇 달 동안 갇혀봤던 경험이 있어서 그 답답함 충분히 이해합니다.
고장난 에어컨 생각하면서 공감했어요. 시간은 정말 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