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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도사라는 명함만 믿고 서류를 맡겼다가 겪은 일

정책지도사라는 이름이 주는 막연한 신뢰

작년에 사업을 운영하면서 매출채권팩토링이나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중진공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서류를 만지작거렸는데, 이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류가 한두 장이 아니라 몇십 페이지에 달하는 사업계획서며 재무제표까지 준비해야 하니 머리가 복잡해지더라.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책지도사’를 통해 수수료를 주고 컨설팅을 받는다는 글을 보게 됐다. 마치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처럼 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바쁜 시간을 아껴준다는 말에 혹했다. 그때는 그게 정식 국가 공인 자격인지, 아니면 그냥 민간에서 만든 타이틀인지 따져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냥 누가 대신 좀 해주기만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대출모집법인과 연결된 묘한 분위기

연락을 취했던 곳은 규모가 꽤 커 보이는 대출모집법인 계열의 사무실이었다. 강남 어디쯤이었는데, 사무실 분위기가 묘했다. 다들 전화를 붙들고 열심히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는데, 정책자금을 신청해주겠다는 상담사들은 하나같이 나보다 내 사업을 더 잘 아는 것처럼 말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은 소상공인 정책자금 신청을 대행하면서 성공 보수 명목으로 수백만 원대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당시 들었던 비용만 해도 300만 원 선이었는데, 이게 정상적인 건지 아닌지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서류 몇 장 고쳐주고 그 정도 돈을 받는 게 맞나 싶지만, 그 당시엔 ‘정부 지원금 5천만 원만 나와도 이게 어디냐’는 생각에 그냥 서명을 해버렸다.

서류 제출 이후에 벌어진 공허한 기다림

문제는 서류를 제출하고 나서부터였다. 정책지도사라고 자칭하던 사람이 건네준 서류는 겉보기엔 그럴싸했다. 하지만 막상 심사 단계로 넘어가니 하나둘씩 태클이 걸리기 시작했다. 분명 상담할 때는 “이 정도면 무조건 통과다”라고 호언장담했는데, 정작 담당 기관에서 보완 요구가 들어오니 그쪽 연락이 잘 안 되기 시작했다. 전화를 하면 “기다려보세요, 심사관이 까다로운 겁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미 돈은 지불했고, 서류는 그들 손을 거쳐 넘어갔으니 내가 직접 수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무실을 찾아가 볼까 하다가도,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거 아닌가 싶어 며칠을 속만 태우며 보냈다.

결국은 내가 다시 챙겨야 했던 현실

결국 정책자금 승인은 반쯤 실패로 돌아갔다. 서류의 핵심 내용이 내 실제 사업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게 뒤늦게 확인된 거다. 상담사가 임의로 지어낸 매출 수치나 사업 계획이 심사 과정에서 논리적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대출모집법인 측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식으로 돌려 말했다. 화가 났지만, 어디 가서 하소연하기도 애매했다. 그제야 중소기업지원금이나 각종 정책자금 공고문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봤다. 사실 내가 직접 챙겨서 신청해도 될 만한 내용들이었는데, 마음이 급해서 전문가라는 이름 뒤에 숨으려 했던 게 화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300만 원이라는 돈이 수업료치고는 너무 비쌌다.

여전히 남는 찝찝한 뒷맛

요즘도 가끔 ‘정부지원사업 컨설팅’ 광고를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물론 정말 정직하게 도움을 주는 분들도 있겠지만, 내가 겪은 건 그냥 서류 브로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정부 정책자금은 결국 기업의 현 상황을 얼마나 솔직하고 일관성 있게 증명하느냐의 문제인데, 이걸 남의 손에 맡겨서 요행을 바랐던 내 잘못도 컸다. 지금은 주위에서 누군가 ‘정책지도사’를 통하면 지원금을 쉽게 받을 수 있다고 하면 말린다. 어차피 직접 부딪혀서 자료를 정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실사 단계에서 다 털리게 되어 있다. 어설프게 돈 써서 시간만 버리느니, 차라리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스스로 정리하는 게 훨씬 낫다는 걸 그때 배웠다. 물론 다시 하라고 하면 또 고민하겠지만, 최소한 그때처럼 누군가 대신 해주겠다고 하는 달콤한 말은 이제 믿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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