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나무순이 뭐라고 이렇게 사람을 힘들게 하나
주말에 산에 다녀왔다. 엄나무순이 지금쯤 한창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는 무작정 나섰던 길이었다. 사실 마트에서 팩에 담긴 나물을 사는 건 너무 뻔한 일이니까, 직접 따서 먹는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막상 산에 도착해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 등산로 근처에 있는 것들은 이미 누군가 다 따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조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려니 발이 푹푹 빠지는 게 영 험했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오긴 싫어서 주변을 한참 서성이다가 꽤 많은 양을 확보했다. 한 1킬로그램 정도 되려나. 집에 돌아와서 데치고 무치는데, 그 쌉싸름한 향이 집안 가득 퍼지니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30년 넘게 이런 나물 밭을 가꿔온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부보조금 알아보려다 스마트팜 자료만 쌓였네
산에서 돌아와서는 갑자기 시골 생활에 대한 미련이 좀 생겼다. 그래서 검색창에 정부보조금 키워드를 넣고 이것저것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거 알아보면 귀농이나 귀촌 관련된 지원책이 먼저 나오니까. 그러다 우연히 버섯스마트팜 창업 관련 공고를 봤다. 엄나무순 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스마트팜은 기계가 알아서 해준다니까 혹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자료를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가 아팠다. 단순히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데이터 관리, 온습도 조절, 뭐 이런 복잡한 기술적인 것들이 필수라더라. 내 생각에는 그냥 흙 파고 씨 뿌리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요즘 농사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
엉겅퀴나물과 오가피순까지 손대기엔 너무 벅차다
검색을 계속하다 보니 두메부추니 각시석남이니 하는 생소한 이름들도 눈에 들어왔다. 어떤 분들은 엉겅퀴나물이나 오가피순 같은 것들도 텃밭에 심어두고 철마다 따서 드신다는데, 나는 고작 엄나무순 좀 따왔다고 온몸이 쑤시는 걸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집 베란다에서 대파 키우기나 국화 모종 하나 심는 것도 제대로 못 해서 몇 번이나 말려 죽였던 전적이 있다. 이런 주제에 무슨 스마트팜을 차리겠다고 설레발을 치고 있는 건지. 그냥 이번 주말에는 따온 엄나무순이나 정성껏 무쳐서 미역냉국이랑 같이 먹는 걸로 만족해야겠다.
기술적인 접근이 꼭 정답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
스마트팜 창업 정보를 보면서 느낀 건데, 결국 농사는 돈과 기술의 싸움이 되어가는 것 같다. 곰배령 같은 데서 30년 넘게 산나물을 가꿔온 분들의 노하우는 책이나 수치로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굳이 돈 들여서 스마트팜 장비 사들이고 매달 유지비 내면서 고민하는 게 과연 내가 원하는 귀농의 모습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냥 계절마다 산에 가서 조금씩 나물 뜯고, 햇볕 쬐면서 사는 게 나한테는 더 맞을지도 모른다. 물론 몸은 힘들겠지만, 적어도 화면 앞에 앉아서 복잡한 데이터랑 씨름할 필요는 없으니까. 정부 보조금도 알아보니 서류 준비가 보통 일이 아니더라. 사업계획서며 뭐며 작성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그냥 엄나무순 장아찌나 담그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엄나무순 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스마트팜은 기계가 알아서 해준다니까 혹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