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받아둔다는 6차산업 인증에 눈길이 갔던 이유
부모님이 시골에서 자그맣게 도라지 조청이랑 가공식품을 만드신 지 벌써 5년째다. 주말마다 내려가서 일을 돕곤 하는데, 작년 말에 옆 동네 아저씨가 ‘요즘은 6차산업 인증인가 그걸 받아야 정부에서 지원금도 주고 해외 수출길도 열린다더라’ 하시는 말씀을 듣고 오셔서는 나보고 좀 알아보라고 성화를 부리셨다. 처음에는 그냥 흔한 정부보조금 사업 중 하나겠거니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공식 명칭은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이라는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촌 지역의 농산물을 가지고 제조나 가공, 그리고 유통이나 체험 서비스까지 유융합한 사업자에게 부여하는 제도라고 했다. 대단한 혜택이 쏟아지는 줄 알고 잔뜩 기대했는데, 막상 신청 요건을 훑어보니 첫 페이지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벤처인증보다 까다롭게 느껴졌던 자가생산 증빙 서류들
예전에 대학 동창이 IT 스타트업을 하면서 일반 벤처기업 인증을 받는 과정을 옆에서 본 적이 있다. 그때도 서류가 많다고 투덜댔었는데, 이번 농촌융복합산업 인증은 결이 완전히 달랐다. 벤처기업 인증은 기술력이나 특허, 재무적인 지표를 주로 본다면, 이건 농산물의 출처를 꼬치꼬치 캐묻는 느낌이었다. 우리 집은 도라지를 직접 재배하기도 하고 부족하면 인근 농가에서 사 오기도 하는데, 전체 원료 중에서 자가 생산이나 지역 농산물 비율이 50% 이상이라는 것을 서류로 정확하게 입증해야 했다. 평소 밭떼기나 구두 계약으로 거래하던 시골 특유의 방식이 문제였다. 농가들과 작성한 원료 매입 계약서, 토지대장, 농업경영체 등록증에 재배 확인서까지 일일이 떼러 다니느라 정작 농사일을 도와야 할 주말 시간이 꼬박 서류 준비에만 통째로 날아갔다.
전남농촌융복합산업지원센터 담당자와의 끝없는 서류 보완 과정
서류를 겨우 꾸려서 무안군 삼향읍에 있는 전남농촌융복합산업지원센터에 우편으로 보냈다. 제출만 하면 알아서 검토하고 연락을 줄 줄 알았는데, 그 뒤로 시작된 담당자와의 전화 릴레이가 정말 피곤했다. 원료 수급 증빙에서 날짜가 맞지 않는다거나, 가공 시설이 건축물대장상 제조업소로 되어 있지 않다는 둥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계속 태클이 걸렸다. 특히 최근 2년간의 매출 실적이 명확해야 하는데, 시골 매장에 직접 와서 현금으로 사 가신 어르신들의 매출은 포스기에 찍히지도 않아서 세무서 자료와 맞추는 데 애를 먹었다. 보완 서류를 요구하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괜히 시작했나 싶어 한숨이 절로 나왔고, 매끄럽지 않은 시골 행정의 한계를 실감했다.
대행업체에 맡기면 편하다던 150만 원의 유혹과 거절
서류 작성이 막혀서 한창 끙끙대고 있을 때,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나 행정사 대행업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서류 작성부터 신청까지 대신 해주는 비용으로 보통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를 요구했다. 돈을 쓰면 몸은 편하겠지만, 막상 우리 같은 영세 가공업체에게 150만 원은 한 달 치 도라지 원료비에 달하는 큰돈이었다. 부모님께 말씀드려봤자 불호령이 떨어질 게 뻔해서 결국 직접 몸으로 때우기로 결심하고 다시 서류를 붙잡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몇 번이나 대행을 맡길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불쑥불쑥 찾아왔다. 전문 컨설턴트들이 써주는 양식을 개인이 흉내 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3달 반 만에 손에 쥐었지만 당장 변한 것은 없는 현실
신청서를 최종 보완하고 우여곡절 끝에 현장 실사단이 우리 공장을 다녀간 것이 신청 후 거의 3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심사위원 세 분이 오셔서 시설 위생 상태와 농산물 보관 창고를 꼼꼼히 둘러보시고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셨다. 그 후 또 한참을 기다려 총 3달 반 만에 파란색 인증 마크가 그려진 지정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런데 지정서를 벽에 걸어두고 나니 엄청난 성취감이 느껴지기보다는 묘하게 허탈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매출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해외 판로 지원이나 홈쇼핑 입점 같은 사업은 또 별도의 경쟁을 거쳐 신청해야 했다. 결국 이건 지원금을 바로 주는 게 아니라, 다른 지원 사업에 신청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얻은 것에 불과했다. 여전히 창고에는 재고가 쌓여 있고, 벽에 걸린 지정서는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전체 과정을 보니, 제가 직접 도라지를 캐다가 농가에서 사오는 방식이 오히려 더 복잡하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