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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신청해보는 정책자금이라 서류 종류부터 헷갈렸다

서류 봉투를 들고 수원역 경기신용보증재단으로 향하던 날

작년 말쯤이었나, 연말이 다가오면서 유난히 매출이 조금 주춤하고 고정비 부담이 크게 다가오던 시기가 있었다. 주변 소상공인 모임이나 아는 사장님들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자 정책자금이나 지역 신용보증재단 보증서 대출을 한 번 받아보라고 적극 권하길래, 나도 처음으로 직접 알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뭐가 그렇게 종류도 많고 복잡한지 모르겠더라. 국세완납증명서부터 시작해서 지방세 납세증명서, 부가가치세과세표준증명원까지 인터넷으로 출력해야 하는 종이 서류만 대략 열 장이 훌쩍 넘어갔다. 우리 집 프린터가 갑자기 고장 나는 바람에 결국 아침부터 동네 주민센터랑 세무서까지 직접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겨우 모든 서류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준비한 서류 뭉치를 가방에 넣고 예약 시간 맞춰 수원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경기신용보증재단 수원지점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입구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대기실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어서 첫인상부터 기가 좀 죽었던 기억이 난다. 다들 어두운 표정으로 자기 차례만 기다리고 있는데, 나 혼자 너무 대책 없이 서류만 들고 온 건가 싶어 가방끈만 만지작거렸다.

카카오뱅크 사업자 대출과 비교하며 머리를 굴렸던 순간

사실 재단 지점을 방문하기 전날 밤까지만 해도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며 고민을 많이 했다. 요즘에는 굳이 은행 창구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 앱으로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같은 상품을 조회하면 단 5분 만에 내가 받을 수 있는 한도랑 적용 금리가 화면에 바로 뜨지 않나. 전날 밤에 재미 삼아 조회해 봤을 때는 대략 연 5.8% 정도의 금리가 나왔었다. 반면에 재단 보증을 끼고 진행하는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은 금리가 대략 3.8%에서 4.2% 수준이라고 하니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핏 생각하기엔 1.5%에서 2% 차이가 뭐 그리 크겠냐 싶겠지만, 우리 같은 자영업자 입장에서 3천만 원이라는 목돈을 빌린다고 가정하면 1년에 발생하는 이자 차이만 해도 수십만 원에 달한다. 매달 나가는 월세나 전기세 하나라도 아쉬운 마당에, 몸이 조금 번거롭고 피곤하더라도 무조건 이자가 저렴한 정책자금 지원을 선택하는 게 백번 옳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 번거로움의 대가가 어떤 식으로 다가올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심사 대기실에서 보낸 세 시간과 예상치 못한 보증료 지출

접수창구에서 내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대기실 낡은 가죽 소파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만 보냈다. 분명 사전에 인터넷으로 방문 예약을 하고 시간 맞춰 왔음에도 불구하고, 앞사람들의 상담이 계속해서 지연되면서 결국 대기실에서 보낸 대기 시간만 3시간에 달했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간당간당해질 때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상담 창구로 나갔다. 담당 직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내가 제출한 서류를 한 장씩 넘기며 돋보기 보듯 꼼꼼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비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나는 단순하게 은행 이자만 싸면 장땡인 줄 알았는데, 정책 대출을 받으려면 재단에서 신용을 보증해 주는 대가로 ‘보증료율’이라는 수수료를 따로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통 보증 금액의 연 1.0% 수준이 책정되는데, 내가 신청하려는 3천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대략 30만 원 돈을 보증서 발급 시점에 일시불로 선납해야 했다. 이 돈은 대출 이자와는 별개로 나가는 생돈이라 순간 머리가 띵했다. 겉으로는 저금리 지원이라고 하지만, 초기에 들어가는 수수료를 떼고 나면 실제로 내 손에 쥐어지는 현금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최종 승인까지 걸린 3주의 시간과 서류 보완의 반복

보증료 얘기를 듣고 머쓱해하면서도 일단 신청서는 다 작성해서 접수하고 나왔다. 하지만 진짜 고비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영업장을 직접 방문 실사하겠다는 안내를 받고 며칠 동안 가게를 깔끔하게 치워놓고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담당자에게 수시로 전화가 와서 최근 3개월 동안의 카드 매출 전표 내역이나 부가세 신고서 등 추가 서류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가게에 팩스 기기가 없어서 근처 문구점까지 뛰어갔다 오기를 두어 번 반복하다 보니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서류 보완이 완료되고 최종 승인 문자가 오기까지는 신청서를 처음 낸 날로부터 꼬박 3주라는 시간이 걸렸다. 요즘처럼 클릭 몇 번으로 송금이 끝나는 시대에 21일이라는 대기 시간은 심리적으로 엄청나게 길고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혹시라도 심사에서 탈락하면 그동안 고생한 게 다 수포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매일 아침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금리는 낮아졌지만 내 인건비와 바꾼 기분이 드는 이유

우여곡절 끝에 대출금은 지정 은행을 통해 무사히 입금되었고, 매달 빠져나가는 이자도 처음에 계산했던 대로 확실히 저렴한 편이긴 하다. 하지만 다 끝나고 난 지금, 내 통장에 들어온 잔액을 보면서 과연 이게 온전히 이득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 서류더미를 떼기 위해 소비한 내 시간과 체력, 세 번이나 가게 비우고 찾아가야 했던 교통비, 그리고 서류 보완하느라 겪었던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전부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과연 어떨까. 그냥 1.5% 이자를 더 주더라도 스마트폰으로 5분 만에 끝나는 시중은행 신용대출을 받아서 내 일에 더 집중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미련이 계속 남는다.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사업자 대출이라고 해서 무조건 공짜 점심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다음번에 또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면, 그때는 과연 이 귀찮은 과정을 다시 밟을 수 있을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처음 신청해보는 정책자금이라 서류 종류부터 헷갈렸다”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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