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발급하다가 지쳐버린 오후
며칠 전부터 사무실 광고비 나가는 게 유독 아깝게 느껴졌다. 매달 정기 결제로 빠져나가는 돈이 꽤 되는데, 이게 다 영업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했지만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건 매번 볼 때마다 씁쓸하다. 그래서 1인 창조기업 관련 지원사업을 좀 찾아봤다. 운전자금 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금리 좀 낮은 거라도 알아봐야겠다 싶어서였는데, 막상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시작부터 기가 찼다. 공동인증서 갱신하라는 창이 세 번이나 뜨고, 보안 프로그램 깔라는 메시지 창이 화면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그냥 신청 버튼 하나 누르는 게 왜 이렇게 험난한지 모르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증빙 자료들
사업자등록증명원은 기본이고, 최근 3개년 재무제표까지 준비하라는 안내문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그냥 ‘열심히 사업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믿어주는 세상은 없는 것 같다. 등기부등본이랑 지방세 납세증명서까지 다 떼서 첨부했는데, 파일 용량이 너무 크다고 다시 업로드하란다. 예전에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사업 신청할 때도 이랬던 것 같은데, 그때는 뭐가 문제였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그냥 매번 처음 하는 것처럼 헤매는 것 같다. 파일 이름도 다 지정된 형식으로 바꿔야 해서 한참을 씨름했다. 이게 지금 일을 하는 건지 서류 편집 기사가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대출 금리보다 더 무서운 행정 절차
지인들은 정부 지원 사업 잘만 타 먹던데, 나는 왜 이렇게 공고문 읽는 것부터가 일인지 모르겠다. 소상공인 대출금리 우대해 준다는 문구를 보면 혹하긴 한다. 확실히 은행 가서 상담받는 것보다 금리나 조건 면에서는 유리할 것 같긴 한데, 그놈의 서류 심사 통과하는 게 일이다. 수출지원기반활용사업 같은 건 아예 엄두도 안 난다. 거기는 서류 양식부터가 논문 수준이더라. 어차피 1인 기업이라 나 혼자 다 해야 하는데, 행정적인 부분에서 이미 기운을 다 빼놓으니 정작 본업을 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다.
결국 끝내지 못한 신청서
오후 2시에 시작한 작업이 벌써 5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데 여전히 ‘제출 서류 검토 중’이라는 메시지만 띄워놓고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봤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몇백만 원 지원받는 게 맞는 건지, 그냥 그 시간에 영업이나 더 뛰는 게 나은 건지 알 수가 없다. 옆 사무실 사장님은 예전에 500만 원 정도 지원받아서 잘 썼다던데, 그분도 나처럼 이렇게 속을 썩였을까. 그냥 다 내려놓고 퇴근이나 할까 싶다. 내일 다시 열어보면 또 새로운 오류 메시지가 떠 있을 것만 같다.
내일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컴퓨터를 끄고 나니 뒷목이 뻐근하다. 커피를 세 잔이나 마셔서 그런가 잠도 잘 안 올 것 같다. 정부지원금이 공짜 돈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한다. 이걸 받으려면 내 시간과 인내심을 털어 넣어야 하니까. 어쩌면 그 시간이 내 시급보다 비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허탈해졌다. 그래도 내일 아침에 출근하면 아마 다시 로그인을 시도하고 있겠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는 건지, 뚜렷한 답도 없이 그냥 몸만 고된 하루가 지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