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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떼다가 하루 다 보내고 결국은 포기할까 생각했다

정부 지원 사업 공고를 처음 봤을 때의 기분

며칠 전 우연히 공공기관 사이트를 뒤적이다가 개인사업자 지원금 항목을 보게 됐다. 평소에는 이런 게 있어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요즘 매출이 워낙 들쭉날쭉하다 보니 뭐라도 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대충 읽어보니 신청 자격이 까다롭지 않아 보였고, 지원 금액도 꽤 쏠쏠해서 ‘이거면 이번 달 임대료는 좀 해결되겠는데?’라는 철없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원금 규모가 수백만 원 단위였으니, 사실 나 같은 영세 사업자 입장에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런 소식이 들리면 눈이 돌아가는 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냥 간단하게 신청하고 잊고 있으면 통장에 꽂히겠거니 싶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날 오후를 통째로 서류랑 씨름하며 보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순진했다.

시작은 쉬웠지만 끝은 보이지 않는 서류 작업

문제는 준비해야 할 서류 목록이었다. 사업자등록증명원은 기본이고, 지방세 납세 증명서, 건강보험 납부 확인서, 뭐 이것저것 끝도 없이 나열되어 있었다. 요즘은 토스뱅크나 기타 앱에서 근로계약서나 서류 발급이 참 편해졌다고들 하는데, 왜 내가 필요한 그 세부적인 행정 서류들은 아직도 정부 24나 홈택스를 몇 번씩 왔다 갔다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어떤 서류는 공동인증서가 없으면 아예 조회가 안 돼서, 예전에 갱신해둔 인증서를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 인증서 비밀번호 틀려서 잠길 뻔했던 순간의 그 아찔함이란. 예전에 요양병원 간병비 청구할 때도 서류 때문에 몇 번이나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는지 모르는데, 이번에도 딱 그 꼴이었다. 서류 한 장 뽑으려고 로그인하고, 보안 프로그램 설치하고, 또 오류 나서 새로고침하고. 이 과정만 반복하다 보니 벌써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지역마다 다른 지원 체감도와 현실적인 거리감

준비하면서 문득 든 생각인데, 지역별로 지원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게 피부로 와닿았다. 어디는 청년 창업 활동 지원금이라고 해서 면접용 사진 촬영비까지 보전해 준다는데, 우리 지역이나 내가 속한 업종은 그런 세세한 지원책이 거의 없다. 김포 북부권 개발 문제에 대한 기사에서도 봤지만, 실질적으로 필요한 곳에 예산이 닿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나도 이번에 신청해보려고 보니, 내 업종이 묘하게 지원 대상에서 살짝 비껴나 있는 것 같아 불안했다. 완도나 보성 같은 곳에서 시행하는 첨단 양식 시스템 지원 공모 같은 건 내 분야랑은 상관이 없으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고, 내가 처한 환경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정작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누구는 60조 원 규모의 대형 사업권을 두고 다툰다는데, 나는 고작 몇십만 원 지원받으려고 서류 더미 속에 파묻혀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마감 직전에 느껴지는 이 허무함

결국 서류를 다 갖추고 업로드 버튼을 누르려는데, 파일 용량 제한에 걸렸다. 스캔한 PDF 파일이 너무 크다며 업로드가 안 되는 거다. 다시 줄이려고 끙끙대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그냥 PC방이라도 가야 하나 싶었다. 이런 사소한 것들 때문에 시간을 다 뺏기는 게 정말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돈을 받으려고 들인 내 노동력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차라리 그 시간에 장사를 한 시간 더 하는 게 이득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이미 시작한 일이니 끝을 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기는 거다. 지원 사업이라는 게 사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절실한 기회겠지만, 막상 준비하다 보면 이게 지원인지, 아니면 서류 잘 만드는 사람 가려내기 대회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아직도 제출하지 못한 신청서와 남은 의문들

아직 최종 제출은 못 했다. 하나가 자꾸 불충분하다고 뜨는데,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볼까 했지만, 대기 시간이 길다는 안내 멘트만 나올 게 뻔하다. 아마 내일 다시 시도하겠지만, 막상 내일이 되면 또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이게 정말 내 사업에 큰 도움이 될까? 아니면 그냥 푼돈에 집착하다가 시간만 버리는 걸까. 나중에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는 문자를 받으면 허탈함이 배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도 일단은 서류가 담긴 폴더를 바탕화면에 그대로 놔뒀다. 이 폴더를 지워버리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한 게 되는 것 같아서, 삭제 버튼에 손이 잘 안 간다. 이놈의 지원금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 받기도 전에 이미 진이 다 빠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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