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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사업 서류 쓰다가 그냥 브랜드 이야기나 실컷 적기로 했다

서류 마감 직전에 마주한 현실

솔직히 말하면 정부지원사업 공고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이게 정말 우리 같은 작은 곳을 위한 건가?’ 하는 의문이다. 지난주에 창업 지원금을 신청하려고 서류를 챙기는데,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경영 지표와 재무제표의 향연 속에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처음엔 나도 SEO 최적화니 마케팅 전략이니 하는 그럴싸한 단어를 섞어서 분량을 채워봤다. 그런데 쓰다 보니 이게 내가 하려는 사업인지, 아니면 그냥 남의 말을 베껴 쓴 AI 리포트인지 구분이 안 가기 시작하더라. 결국 밤 11시쯤 노트북을 덮고 캔맥주 하나를 깠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서.

너무 뻔한 마케팅 전략의 늪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게 참 허무할 때가 많다. 누구는 제휴마케팅이 답이라 그러고, 누구는 인스타 홍보하기가 무조건 매출을 올려준다고 한다. 근데 막상 내 화장품 패키지 디자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런 수치적인 전략들이 얼마나 겉도는 이야기인지 금방 알게 된다. 화장품은 결국 내 얼굴에 바르는 거니까, 성분표만큼이나 ‘어떤 마음으로 이걸 만들었는가’가 중요하지 않을까? 얼마 전에 현대제철이 극장에서 스타워즈랑 협업해서 친환경 메시지를 냈다는 기사를 봤다. 그건 그냥 철강 회사가 아니었다. 스토리를 파는 곳이었다. 그런데 나는 고작 500만 원짜리 지원금 좀 받아보겠다고 내 브랜드의 영혼을 팔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얼마 전에는 조폐공사가 화폐 부산물로 굿즈를 만드는 걸 보고 꽤 충격을 받았다. 그냥 버려질 종이 뭉치가 박씨를 문 제비 인형이 된다는 그 스토리텔링. 그게 마케팅이지, 키워드 몇 개 잘 뽑아서 검색 상위에 올리는 게 진짜 마케팅일까? 사실 나도 작년에 블로그 디자인을 전부 갈아엎으면서 소위 말하는 ‘브랜드 매거진’ 형태를 고민했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그만뒀다. 매일 정해진 형식에 맞춰서 글을 쓰는 게 무슨 숙제하는 것 같아서 도저히 못 하겠더라. 200만 원 넘게 들여서 만든 홈페이지형 블로그인데, 지금은 그냥 가끔 일기장처럼 쓰고 있다. 그래도 그게 훨씬 마음 편하다.

전문가의 조언과 나의 괴리감

아는 지인이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라고 했다. 광고 소재 하나 만드는 데 5만 원, 10만 원씩 태우면서 클릭률을 체크하라는 거다. 해봤다. 확실히 숫자는 나온다. 근데 그렇게 유입된 사람들이 과연 우리 브랜드의 철학을 알까? 그저 잠깐 클릭했다가 나가는 숫자일 뿐이다. 제약회사들이 요즘 캐릭터 마케팅을 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차갑고 딱딱한 약이라는 이미지 대신 친근한 캐릭터를 입혀서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는 거. 그런 건 확실히 공부가 된다. 그런데 이걸 정부 지원사업 계획서에 적으면 심사위원들이 ‘이게 무슨 비즈니스 모델이냐’며 반려할까 봐 걱정이다.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들

결국 어제 밤새워 고친 사업 계획서에는 ‘스토리텔링 기반의 내러티브 마케팅’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넣었다. 쓰고 나서도 민망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싶어서. 사실 그냥 ‘내가 좋아서 만든 물건이 당신의 일상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적고 싶었던 건데, 그건 돈이 안 된다고 하니까 말이다. 아마 이번에도 떨어질지도 모른다. 아니, 오히려 떨어지는 게 당연할지도.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 사업계획서는 제출하고 나서도 찝찝함이 덜하다. 남의 말을 빌려오는 대신, 어설프더라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적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내일은 아마 또 다시 검색창에 ‘마케팅 트렌드’를 치고 있겠지. 어쩌면 그게 현실일지도 모른다. 화장품 패키지 디자인 하나 바꾼다고 인생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적어도 이제는 알겠다. 화려한 디자인이나 검색 최적화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진짜 보고 싶어 하는 건, 결국 누군가의 정직한 실패담이나 서툰 시작 같은 게 아닐까. 지원금이 나오든 안 나오든, 다음 주에는 블로그에 내가 왜 이 화장품을 처음 만들게 됐는지 정말 사소한 이야기부터 써보려고 한다. 왠지 그게 훨씬 반응이 좋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물론, 근거는 전혀 없는 내 생각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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