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기억과 너무 달라져서 당황스러웠던 첫 단계
몇 년 전에 정책자금을 한번 받아보겠다고 동분서주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는 아침 일찍부터 소상공인진흥공단 센터에 가서 번호표를 뽑고, 서류 뭉치를 껴안고 보증기관이랑 은행을 하루 종일 돌아다녀야 했다. 담당자 눈치를 보면서 서류 하나가 빠졌다고 다시 오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의 그 허탈함이란. 그런데 이번에 다시 경영안정자금이 좀 필요해서 알아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비대면’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몇 번 클릭만 하면 된다길래, 처음에는 이게 정말 되는 건가 싶어 의심부터 했다. 온라인 신청 시스템에 들어가서 약정을 맺는 것까지 5일 정도밖에 안 걸렸는데, 예전엔 두 달 가까이 걸렸던 과정이 이렇게 간소화된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편리함 뒤에 숨은 묘한 불안감
솔직히 서류를 들고 직접 사람을 만나서 도장을 찍을 때는, 적어도 내가 어디에 어떤 서류를 냈는지는 명확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화면상에서 ‘승인’ 혹은 ‘대기’라는 글자만 깜빡거리니까 오히려 더 불안한 마음이 든다. 상담원 연결도 예전보다 훨씬 힘들어진 느낌이다. 예전에는 직접 얼굴 보고 “이거 언제쯤 되나요?”라고 물어볼 수라도 있었지, 지금은 챗봇이나 자동 응답 시스템이 대답을 대신하니 궁금한 게 있어도 속 시원하게 묻기가 어렵다. 비대면으로 신청을 완료하고 나서도 ‘제출한 자료가 제대로 반영된 건가?’ 하는 걱정에 밤에 잠결에 한 번 더 조회를 해보곤 했다.
선착순 경쟁이 사라진 건 다행이지만
얼마 전에 기사에서 소상공인 자금 신청 때 ‘선착순’ 방식을 없애고 ‘정책 우선도’ 평가를 도입했다는 내용을 봤다. 사실 예전에는 클릭 경쟁 하느라 손가락 끝에 땀이 맺힐 정도로 긴장했었는데, 그런 광기 어린 시스템이 사라진 건 정말 다행이다 싶다. 4만 건 정도가 접수되고 그중에서 심사 대상을 추린다고 하는데, 이게 정성적인 평가가 들어가는 건지 아니면 데이터상의 점수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우니까 기다리는 입장에선 여전히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3천 건 정도만 뽑힌다는 대목을 읽을 때는 ‘혹시 나는 안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했다. 경쟁보다는 필요성 중심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그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이 또 다른 숙제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인 것 같다.
은행 방문도 이제는 예약 없이는 힘든 시대
정책자금 신청을 마치고 나서 세부적인 조건 때문에 근처 국민은행 지점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예전처럼 그냥 창구로 쑥 들어가면 되나 싶었는데, 이제는 기업 고객도 미리 업무를 확인하거나 예약을 해야 하는 분위기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책금융기관이랑 시중은행이 디지털화 속도를 낸다는데, 그 속도에 발을 맞춰야 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사실 공부할 게 너무 많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낮다는 소리에 신청은 했지만, 대출 총량 관리니 뭐니 하는 뉴스들이 나올 때마다 내 대출금에 당장 어떤 영향이 미칠지 매번 계산기를 두드려보게 된다. 누구는 컨설팅을 받아서 돕는다고 하는데, 나 같은 소규모 자영업자가 그런 비용까지 들여가며 해야 할 일인지도 잘 모르겠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들
결국 대출 약정까지 끝냈고 자금은 나오겠지만, 이게 정말 잘한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물론 당장의 고비를 넘기는 데는 정책자금만큼 고마운 게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런 금융 서비스들이 디지털화되면서 모든 게 효율적으로 변한 것 같으면서도, 정작 필요한 순간에 사람의 설명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대출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낮추는 방법이 없을까 싶어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보지만, 내 상황에 딱 맞는 답변은 찾기가 어렵다. 아마 이번에 받은 자금을 갚아나가는 과정 내내, 나는 또 다른 정책 자금 공고를 들락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