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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만 챙기다가 하루가 다 가버렸다

은행 문턱은 여전히 높다

며칠 전부터 마음이 급해져서 아침 일찍 은행에 다녀왔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것저것 들어가는 돈은 많은데, 당장 손에 쥐는 건 생각보다 뻔하니까 자꾸 대출 쪽으로 눈이 돌아가더라. 뉴스에서는 카카오뱅크나 네이버페이 같은 곳들이 개인사업자 대출 접근성을 높였다고 떠들썩한데, 막상 앱을 켜서 들어가 보면 ‘한도 조회 불가’라는 메시지만 덩그러니 뜰 때가 많다. 3년 전쯤 처음 가게 열 때 받은 대출도 금리가 야금야금 올라서 이제는 한 달 이자 나가는 것만 봐도 속이 쓰린데 말이다. 은행 창구 직원은 내 서류를 쓱 보더니 정책 자금이나 특례보증 같은 거 알아보셨냐고 물어보는데, 솔직히 그런 거 찾아보는 것도 일이다. 구리나 하남 같은 지역구에서 뭐 지원해 준다는 소식도 듣긴 했는데, 다들 바쁘게 사는 와중에 그런 공고문을 일일이 확인하고 서류 준비해서 관공서 들락거리는 게 쉬운 일인가 싶다.

60% 감면이라는 광고의 함정

인터넷 커뮤니티나 광고 배너 보면 새출발기금이나 무슨 대부업 대출 비교 같은 것들이 넘쳐난다. ‘원금 80% 감면’ 같은 자극적인 문구도 자주 보이는데, 이걸 보고 있으면 진짜 세상에 이런 혜택이 있나 싶다가도 뭔가 구린 구석이 있을 거란 생각이 먼저 든다. 어차피 공짜로 돈을 그냥 줄 리는 없지 않나. 군대 동기 하나가 내년에 제대하면서 창업 준비한다고 이거 물어보던데, 나는 경험상 그냥 웃으며 말렸다. 막상 상담받아보면 무슨 캐피탈이나 2금융권이랑 연결해 주면서 금리만 잔뜩 올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책 자금이라는 게 정말 필요한 사람들한테는 그림의 떡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누구는 10% 인센티브 받고 지역상품권 쓴다는데, 나는 그거 챙길 여유도 없이 카드 결제 대금 막느라 정신이 없다.

이자 부담은 여전한 현실

어제는 세무서 근처에 볼일 보러 갔다가 소상공인 관련 고충 상담한다는 현수막을 봤다. 거기 가면 뭐 시원한 해결책이 나올까 싶어 기웃거려 봤는데, 막상 들어가서 물어볼 엄두는 안 났다. 이미 내 상황이 뻔히 보이니까 괜히 더 비참해질 것 같기도 하고. 대출 금리가 1% 포인트만 올라도 이자 부담이 12조 원 늘어난다는 칼럼을 읽었는데, 그게 내 가계부랑 직결된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 요즘은 뭐 하나 대출받으려고 해도 공장 담보가 있냐, 매출 규모가 얼마냐 따지는 게 너무 많다. 그냥 소박하게 장사 좀 하겠다는데 요구하는 서류는 왜 이렇게 복잡한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웰컴희망대출이다 뭐다 해서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조건이 까다로워진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오늘도 은행 앱을 세 번이나 켰다가 껐다. 대출 비교 서비스에서 조회되는 상품들은 금리가 너무 높아서 엄두가 안 난다. 차라리 지금 있는 대출이라도 안 밀리고 잘 갚는 게 최선인가 싶기도 하고. 내년에 경기가 좀 풀릴 거라는 말은 이제 귀에도 안 들어온다. 폐업하는 가게들이 자꾸 늘어난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남 일 같지 않아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당장 다음 달 카드 값 내고 나면 또 얼마가 남을지, 그냥 하루하루 버티는 게 대단한 전략인가 싶기도 하다.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자금들이 정말 골목 구석구석까지 닿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아마 다음 달에도 나는 또 서류 몇 장 더 떼어서 은행에 들러볼 것 같긴 하다. 나아질 기미는 잘 안 보이는데, 딱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이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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