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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가볍고도 무거운 종이였다

갑작스러운 면담과 서류 한 장

지난주에 팀장님과 면담을 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오전이었는데, 회의실로 부르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경영상의 이유라는 뻔한 말과 함께 권고사직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전혀 예상 못 한 건 아니었다. 최근 몇 달간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했고, 뉴스에서 카카오 같은 큰 기업들마저 파업이다 뭐다 말이 많을 때부터 마음 한구석에 불안함이 있긴 했다. 하지만 막상 내 일이 되니까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책상 위에 놓인 사직서 양식은 너무나 깔끔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다. 고민할 시간도 별로 주지 않겠다는 듯한 태도가 더 얄밉게 느껴졌던 것 같다. 결국 그 자리에서 도장을 찍고 나왔는데, 3년 정도 다닌 회사를 이렇게 나오게 될 줄은 몰랐다.

이직확인서 하나 때문에 며칠을 조마조마했다

나오고 나니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걱정이었다. 실업급여라도 받아야 할 텐데, 회사에서 이걸 어떻게 처리해주느냐가 관건이었다. 알아보니 권고사직인지, 계약만료인지, 아니면 자진퇴사인지에 따라 수급 여부가 완전히 갈린다고 했다. 회사 측 노무 담당자랑 통화하는데, 말투가 참 건조했다. ‘알아서 처리될 거다’라고 하는데, 이게 사람 피를 말린다. 이직확인서가 제대로 신고되어야 고용센터에서 처리가 될 텐데, 내가 일일이 체크하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볼 것 같았다. 며칠 동안 고용보험 사이트를 수시로 들락거렸다. 새벽에 잠도 안 와서 스마트폰으로 조회해보고 또 해보고. 20만 원 정도 하는 노무 관련 상담을 받아볼까 하다가도, 나가는 돈이 더 아까워서 그냥 내가 직접 고용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봤다.

고용센터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결국 직접 고용센터를 방문하기로 했다. 평일 낮에 가려니 회사 다닐 때는 몰랐던 도시의 풍경이 보였다.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데 나만 덩그러니 놓인 기분이었다. 대기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데, 앞서 서류가 미비해서 다시 돌아가는 사람을 봤다. 나도 저렇게 될까 봐 서류를 세 번이나 확인했다. 접수 창구 직원분은 무뚝뚝했다. 뭐, 그분들도 하루에도 수십 명씩 이런 사람들을 상대하니 피곤하겠지. 내 서류를 훑어보더니 ‘이직확인서가 아직 안 들어왔네요’라고 했다. 회사에 다시 전화해서 독촉해야 하는 상황. 정말이지 끝까지 나를 귀찮게 만든다. 차비 들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모른다.

집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요즘은 매일 아침 눈 뜨면 멍하니 커피를 마신다. 2년 전쯤 이직할 때만 해도 이렇게 쉴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강제로 쉬게 되니 불안감이 엄습한다. 친구들은 재충전의 기회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이직 자리가 금방 나올지 걱정뿐이다. 채용 사이트 몇 군데를 기웃거려보지만, 눈에 들어오는 공고가 없다. 예전에는 연봉이나 복지를 먼저 봤는데, 이제는 그냥 정년까지 붙어있을 수 있는 곳인가 하는 것만 보게 된다. 노동법률 공부도 틈틈이 해보고 있는데, 이게 참 어렵다. 내 권리를 내가 챙겨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무섭게 다가온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들

회사에서 퇴직금 정산은 제대로 해줄지, 남은 연차 수당은 포함되어 있을지 아직 확실치 않다. 대략적으로 계산해보면 금액이 생각보다 적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 다시 연락해봐야 할 것 같은데, 또 그 사람들의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들을 생각에 벌써 스트레스가 쌓인다. 어떤 선택이 최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날 더 버텼어야 했나, 아니면 진작에 다른 곳을 알아봤어야 했나.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밤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다음 주에는 다시 한번 고용센터에 가봐야겠다.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혹은 정말 실업급여를 무사히 받을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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