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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다관절 로봇 하나 들이려다 서류 뭉치만 쌓였다

서류 더미 속에서 길을 잃다

사업을 하다 보면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보는 게 정책자금이라는 단어다. 나도 처음에는 그냥 남들 다 받으니까, 그리고 금리가 낮다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중진공이니 소진공이니 이름도 헷갈리는 기관들이 너무 많아서 처음에는 그저 정부 홈페이지에 있는 공고문을 무작정 출력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프린터 잉크값이 더 들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내 책상 위에는 사업계획서 예시라며 출력한 A4 용지가 50장 넘게 쌓여 있었다. 솔직히 이거 다 읽고 신청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문장이 딱딱하고 어려웠다.

벤처인증과 현실의 간극

벤처기업 인증을 받으면 가산점이 붙는다는 말에 혹해서 컨설팅 업체를 기웃거린 적이 있다. 다관절 로봇 도입을 위한 자동화 설비 자금을 좀 당겨보려고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취업규칙 개정부터 시작해서 온갖 서류를 다 갖춰야 했다. 특히 로봇 도입 비용이 수천만 원 단위로 넘어가다 보니 내가 가진 자본금만으로는 턱도 없었다. 국민은행 사업자 대출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창구 직원이 보여준 서류 목록은 거의 논문 수준이었다. 대출 금리가 낮아도 서류 준비하다가 스트레스로 머리가 빠질 것 같다는 농담을 동료와 나눴던 기억이 난다.

정책금융의 화려한 숫자들

최근에는 뉴스에서 790조 원 규모의 기후금융 촉진법이니 뭐니 거창한 이야기들이 들린다. 태양광이니 풍력이니 하는 거창한 분야에 돈이 풀린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나는 한숨이 나온다. 정작 나 같은 영세한 사업자가 필요한 1억 원 내외의 운전자금은 왜 이렇게 받기가 어려운 건지. 대기업과 매칭 투자니 뭐니 하는 거창한 펀드 소식을 듣다 보면,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다. 가끔은 이런 정책들이 과연 현장에서 숨 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건지, 아니면 거대한 수치 하나를 만들기 위한 행정적인 절차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막연함은 끝이 없다

결국 정책자금이라는 게 누가 시원하게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발품을 팔며 여기저기 문의해야 한다. 지머니(G-Money) 상담 전화를 한 번 하려면 대기 시간만 30분은 기본이다. 전화를 받으면 상담원분들도 매뉴얼대로 이야기할 뿐, 구체적인 사업 계획에 대한 조언은 해주지 않는다. 청년미래적금처럼 정부 기여금이 얼마인지 딱 떨어지는 계산기도 있지만, 사업 자금은 매달 매출 증빙부터 기술 평가까지 매번 복불복인 느낌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서류들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지, 신청은 해뒀지만 아직 승인 소식은 없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

주변에서는 그냥 시중 은행에서 조금 비싼 이자를 주고 편하게 대출받으라고 한다. 사실 그게 정신 건강에는 훨씬 좋을지도 모른다. 정책자금 신청을 위해 쏟는 인건비와 시간을 계산해보면 실질적인 이득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기후금융이니 탄소중립이니 하는 거창한 단어들 사이에서 나는 여전히 사무실 구석에 놓을 다관절 로봇 카탈로그를 뒤적이고 있다. 서류 보완 요청 문자가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혹시나 거절당하면 그냥 포기하고 대출 이자를 더 내기로 마음먹었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냥 버티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으면서도, 내일은 또 어떤 서류를 떼러 가야 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사무실에 다관절 로봇 하나 들이려다 서류 뭉치만 쌓였다”에 대한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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