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돌아오는 공인인증서 갱신일과 은근히 아까운 수수료
사업을 작게 시작하고 나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매년 돌아오는 행정적인 갱신 주기다. 특히 그중에서도 범용공인인증서 만료 경고 메일이 오면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워진다. 개인용 공동인증서나 은행 인증서는 그냥 무료로 대충 갱신해서 쓰면 되는데, 사업자용은 매년 돈을 내야 한다. 1년에 11만 원 정도 하는 범용인증서 수수료가 뭐 엄청나게 큰돈은 아니지만,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도 많은 와중에 이걸 굳이 한 번에 결제하려니 은근히 아깝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4,400원짜리 제한된 용도의 인증서를 쓰자니 나중에 정부 지원금 신청할 때나 다른 부처 사이트 들어갈 때 오류가 나서 결국 범용이 필요해진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들어서 더 고민이 깊어졌다. 올해는 돈을 아껴보겠답시고 갱신을 미루고 요즘 유행하는 간편인증으로 다 해결해 보겠다는 무모한 결심을 했다.
노트북 USB 포트 앞에서 시작된 뜻밖의 실랑이
기존에 쓰던 인증서 만료일이 며칠 지나고 나서 당장 홈택스에 들어가서 서류를 떼야 할 일이 생겼다. 서랍 구석을 뒤져서 예전에 인증서를 담아두었던 낡은 USB를 찾았는데, 노트북에 꽂아보니 역시나 만료되었다는 붉은색 글씨가 떴다. 예전 같았으면 다시 인증서 발급 대행 사이트에 들어가서 돈을 내고 가입 서류를 작성한 뒤 우체국이나 은행에 가서 대면 확인을 받거나 했을 텐데, 그 과정 자체가 너무 귀찮았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송금할 때는 얼굴 인식이나 지문만 대면 1초 만에 끝나는 세상인데, 왜 내 사업 관련 서류 하나 떼는 데는 여전히 뚱뚱한 USB 포트를 찾아 헤매고 액티브X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느라 컴퓨터 팬 돌아가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답답했다. USB 폴더 안에 잠들어 있는 기한 만료된 파일들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간편인증이 된다길래 반가운 마음에 눌러봤더니
마침 홈택스 로그인 화면을 보니 카카오페이나 토스 같은 민간 간편인증으로도 접속할 수 있다는 안내가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마우스를 움직여 간편인증 탭을 눌렀다. 이름이랑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니까 스마트폰으로 인증 요청을 보냈다는 팝업이 떴다. 스마트폰을 쥐고 화면이 켜지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1분이 지나도, 2분이 지나도 카카오톡이나 토스 앱에서 알림이 오지 않았다. 액정을 톡톡 두드리며 대기 화면만 바라보다가 결국 재전송 버튼을 눌렀다. 3분쯤 지나서야 뒤늦게 알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통신사 문제인지 홈택스 서버 문제인지 알 길은 없었지만, 스마트폰 들고 멍하니 모니터와 번갈아 바라보던 그 시간 동안 묘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우여곡절 끝에 번호를 누르고 로그인을 성공했을 때는 나름 쾌감을 느꼈다. 이제 비싼 범용인증서 안 사도 되겠구나 하고 김칫국부터 마셨다.
사업자용 세금 계산서 발행에서 부딪힌 예상치 못한 벽
하지만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단순히 서류 몇 장 조회하고 출력하는 것까지는 간편인증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진짜 문제는 거래처에 보낼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려는 순간 터졌다. 계산서 작성 페이지에서 최종 승인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청천벽력 같은 경고창이 떴다. 세금계산서 발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업자용 범용 공동인증서나 국세청에서 지정한 세금계산서 전용 인증서, 혹은 보안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간편인증은 단순한 로그인용 도구일 뿐, 법적인 책임이나 돈이 오가는 무거운 행정 행위를 할 때는 여전히 기존의 단단한 인증 체계를 요구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서류 제출 개수를 평균 9개에서 4개 수준으로 줄여주네 마네 하는 정부 기사를 본 기억이 나는데, 정작 매달 해야 하는 계산서 발행 같은 기본 업무에서 이렇게 턱 막혀버리니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동네 세무서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던 오후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세무서에 직접 방문하면 세금계산서 보안카드를 무료로 발급해 준다는 정보가 있었다. 매번 11만 원을 결제하는 것보다 그냥 한 번 귀찮고 마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오후 일정을 대충 비우고 동네 세무서로 향했다. 대기 번호표를 뽑고 민원실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평일 낮 시간인데도 대기 인원이 꽤 많아 20분 넘게 멍하니 번호판만 쳐다보고 있었다.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제출하고 몇 가지 서류에 서명을 한 뒤에야 손바닥만 한 플라스틱 보안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스마트 시대에 결국 실물 플라스틱 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차를 몰고 기름값을 써가며 세무서까지 다녀와야 했다는 사실이 약간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그 보안카드 뒷면의 숫자들을 하나하나 입력하며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여전히 편리함과 찝찝함 사이에 걸쳐 있는 느낌
결국 내 컴퓨터 책상 위에는 옛날에 쓰던 보안카드들과 이번에 새로 받아온 카드, 그리고 여전히 꽂혀 있는 만료된 USB가 나란히 놓이게 되었다. 간편인증이 도입되면서 세상이 참 편해졌다고들 하고 실제로 로그인할 때는 도움을 받고 있지만, 개인 사업자 입장에서 행정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하려면 결국 옛날 방식의 물리적 매체나 유료 인증서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멍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내년 이맘때가 되면 또다시 범용인증서 11만 원을 결제할지, 아니면 이 불편한 보안카드 조합으로 계속 버틸지 고민하게 될 것 같다. 행정이 간소화된다는 뉴스는 매번 들려오지만, 내가 체감하는 일상의 잔잔한 번거로움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기분이다. 오늘도 책상 한편에 굴러다니는 보안카드를 보며 그냥 돈을 내고 편해지는 게 맞았나 싶은 찝찝한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USB 폴더 속 파일들 보니까, 뭔가 어처구니 없는 느낌이더라고요. 특히 보안 프로그램 설치하는 거 생각하면 더 그렇네요.
USB를 찾으려고 서랍을 뒤적거릴 때, 굳이 오래된 USB를 찾아 헤매는 대신 디지털 방식으로 관리하면 훨씬 효율적이었을 텐데 싶네요.
간편인증으로 한 번 시도해봤는데, 결국 플라스틱 카드까지 받아야 하다니. 스마트폰 알림 문제 때문에 시간 낭비도 컸네요.
간편인증으로 하려다 세무서까지 가봐서 정말 힘들었어요. 스마트 시대에 여전히 이런 과정이 있네요.